알 수 없는 사용자
2012. 9. 8. 18:12

구석
- 이창건(1951~)
나는 구석이 좋다
햇살이 때때로 들지 않아
자주 그늘지는 곳
그래서 겨울에 내린 눈이
쉽게 녹지 않는 곳
가을에는 떨어진 나뭇잎들이
구르다가 찾아드는 곳
구겨진 휴지들이 모여드는 곳
어쩌면 그 자리는
하느님이 만든 것인지도 모르지
그곳이 없으면
나뭇잎들의 굴러다님이
언제 멈출 수 있을 까
휴지들의 구겨진 꿈을 누가 거두어 주나
우리들 사랑도 마음 한 구석에서
싹트는 것이니까